술기운에, 홧김에 고백했다. 금방이라도 아득해져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던 정신이 참 우습게도 고백의 순간, 선배의 표정을 보자마자 싸악 달아나셨다. 선배의 표정은 웃지도, 울지도. 그렇다고 경멸에 차 찡그리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표정이었다. 애매한 표정과는 달리, 난 그 표정이 나에게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 너무나 확실하게 와닿아서 가슴이 쓰라렸다. 그래, 홧김이었고. 술김이었고. 그러니까, 선배가 그런 표정을 지어보여준 것만 해도 나에겐 호사라고 생각했다.
다음 날 그에게 어제의 일을 용기내어 물어봤을 때. 몇 초의 공백 끝에 그는 나에게 간단명료한 답을 내놓았다. 나, 필름 끊겨서. 기억 안나는데, 무슨 일 있었어? 하고. 나는 그때의 몇 초의 공백을 기억한다. 그렇지만 아닌 척 하며 지냈다. 필름이 끊겼으니까, 그걸로 다행이라고. 나의 추한 고백이 그의 기억 속에 티끌조차 없다는 말이 되는 거니까. 그래서 나 또한 전날의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척 했다.
그날을 시작으로 그와의 연락이 점점 드문드문 해졌다. 종말에는 안부 하나 물어보기도 애매한 사이가 되어있었다. 그때에서야 나는 자기합리화 하던 것을 후회했다. 다, 알고 있었으면서. 당신이 내게 남겼던 몇 초의 공백도, 나의 볼품없는 고백을 들은 당신도. 난 분명 그 침묵을 기억하고, 눈치채고 있었다. 전부 다 기억하고 있으면서. 기억 못한다면서. 그때의 미묘한 얼굴은, 울 듯 하면서도 웃는 것 같았던 그 얼굴은, 일말의 여지였나요. 그때, 추한 고백을 계속 당신에게 들려줬었다면. 당신이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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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단은 아카야쿠 기반의 단문입니다!!!! 하지만 이름들이 단 1도 나오지 않으니
그냥 좋으실대로 상상하셔도 무관....(전 아카야쿠를 상상하며 썼으나.)
원래 달달물을 좋아하는데...쓸데없이 제 클리셰를 쏟아부으니 이런 글들만 싸지르게 되었..........8ㅅ8
공백이 길었...나? 여튼 똥 두 번 싸고 시간이 좀 흐른 것 같아서 일단 단문이라도 투척.
사실 글쓰고 싶어도 소재가..딱히...없으네요...
갠적으로 아카->야쿠->쿠로 구도에게 사랑을 품고 있다보니 이런 분위기만...ㅠㅠ
제 손을 거치면 그 누구도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이 구역 소문이 있어여.... 사실임.
그렇지만 다음글은 잔잔달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오겠습니다.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....
+제 글은 항상 퇴고가 안되어 있습니다. 주...의...!